단상

은퇴후 삶과 임종 준비 1

목운 2019. 10. 13. 08:00

며칠 전 문래역 근처에서 가졌던 고교동기 친목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10년 전쯤 일찍 은퇴하고 전원생활 하는 바람에 참석이 뜸했던 모임입니다. 이번 장모님 초상 때 대거 참석들 해주어 빚진 마음에 참석했습니다.

은퇴가 늦은 친구 가운데 교사 하던 친구는 작년에 퇴직했고, 교수 하는 친구는 내년에 퇴직을 합니다. 전문직 외에는 거의 다 은퇴해가는 나이입니다. 그러니 건강 얘기가 주(主)고, 관련해서 잔존 수명 얘기를 하게 됩니다. 한 친구 차를 얻어 타고 전철역까지 가는 동안 임종에 대한 자세를 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6년 전 모든 게 실패한 것처럼 보여 죽고 싶었으나 전혀 준비가 안 되었음을 느낀 후로 '그때 죽은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게 살자, 어제 죽은 것보다 오늘 죽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살자'고 결심했습니다. 언제나 지금 임종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굳히려면 정좌 또는 명상을 매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경우 실제로 좋은 임종을 위해서는 유교 내지 불교적 삶을 산 최근 몇 년이 기독교적 삶을 산 30여년보다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독교적 삶에서 반면교사로 얻은 지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유교적 삶은 조선 시대는 안 그랬겠지만 제가 문헌으로 이해하고 공부한 한도에서는 죄의식을 심는 일이 없고 교회 같은 데 정기적 출석을 강요하지 않아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교적 삶의 핵심은 대학-중용에 다 있습니다. 즉 천명에 따르고 명덕(明德)을 밝히는 게 요체이며 그것을 위해서 언제나 중(中)에 머물다가(중이 천하지대본이죠!) 일이 닥치면 화(和)를 실천하자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급적 매일 정좌(靜坐)를 실천해야 합니다. 정좌를 하다보면 결국 호흡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 요령은 용호비결이란 책에 잘 정리되어 있으나 그렇게 엄격하게 하지 않아도 그 어떤 건강비결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제 들은 바로는 몸 깊은 곳 노폐물을 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천만원 이상 투자들 했던데 혈관계보다 우리 건강에 더 밀접한 게 호흡이기 때문입니다. 정좌 또는 명상은 오직 정신 집중과 올바른 생각과 그 실천을 위한 것이지만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건강의 유지, 증진에 대해서는 시중의 그 어떤 비책보다 우수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것은 실제 제 몸이 증언해 줍니다. 저는 지금 친구들처럼 장복하는 약도 없고 최근에 한 번도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물론 유전적 요인은 별도로 논하고요~

정좌에 덧붙일 수행공부는 성(誠)의 실천을 위한 신기독(愼其獨)과 그것의 연장이기도 한 “예(禮)가 아니면 그 어떤 것도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소위 에고로 번역할 수 있는 모든 정(情)을 끊어낼 때 명덕이 살아 숨쉬면서 중(中)에 맞는 삶을 살게 된다고 봅니다. 정을 끊어낸다 함은 모든 집착을 벗어나고자 하는 불교 수행의 핵심에 닿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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