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종의 비유와 대리인

목운 2018. 12. 26. 18:47

앞의 글에서 재벌 기업 신입직원이 회장의 대리인이 된다는 비유를 말씀드렸습니다. 대리인이란 신약성서에 나오는 종에 대응하는 학술 용어이기도 합니다. 주인 부재중에 주인을 대리해서 경영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성서의 종은 대리인입니다. 학술논문을 볼 것도 없이 대리인이 주인의 뜻대로 경영을 할 때 대리인은 당연히 주인과 같은 권한을 행사합니다.

현대 영성이나 예수의 가르침에서 공통적인 것은 우리가 완전히 신의 뜻에 일치할 때 우리는 바로 신과 같이 무한한 능력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실상 마태복음 18장 24절을 보면 종이 주인(임금)에게 일만 달란트의 빚을 탕감받은 예가 나오는데 이것을 오늘날 가치로 친다면 자그만치 6조원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신의 뜻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우리가 누리는 풍요에는 한계가 없다고 읽어도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풍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선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줄곧 느껴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혹여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믿지 않는 바대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삼성에서 수십 년 사장을 하는 사람의 경우 얼마나 큰 재부를 누리겠습니까? 그것을 부러워 할 줄 알지만 우리가 신의 사랑하는 종으로, 아니 현대 용어로 신의 대리인으로 일한다면 신의 녹봉과 앞날에 대한 모든 보증은 어떨 것 같습니까? 게다가 신의 자비 또한 무한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자격제한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대리인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만약 우리가 삼성에 입사해서 거기서 가르치는 대로 혼신을 다해 노력할 때 수십 년 이상 대표이사를 할 수 있다고 하면 당연히 노력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읽고 배운 바에 따르면 하느님에 대해서도 똑같습니다. 온 마음과 뜻과 혼을 다해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고 간구하고 대화하며 하느님의 뜻만을 이행할 때 우리는 당연히 신의 대리인 자격을 얻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삼성의 경우에서와 같은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음을 바꾸어 진짜 신의 대리인처럼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할 때 우리는 신의 대리인이 될 것입니다. 신처럼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면서 무한한 기쁨과 사랑, 그리고 평화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無爲)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동시에 조건 없는 사랑과 무한한 창조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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