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마음의 가난과 존재양식

목운 2018. 12. 25. 07:15

산상수훈의 청빈에 대해 가장 과격한 논지를 편 사람이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일 겁니다. 무소유 실천을 드러나게 하는 사람은 장사꾼이라고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요컨대 가난에 대한 에카르트의 정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사람'입니다('에리히 프롬과 현대성', 219쪽).

위에 인용한 책에 따르면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에크하르트의 청빈 사상을 계승하여 현대의 실생활에 적용코자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란 자신의 욕망을 극복하고 자아를 초월하여 신에 대한 갈망이라든지 지식에 대한 욕망 따위가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노자와 완전히 연결된다고 봅니다. 도덕경 10장은 나라를 다스릴 만한 성인이라면 '무위'뿐 아니라 '무지'할 수 있냐고 묻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무언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안다는 사실마저 잊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붙들고 있는 것을 놓음으로써 자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합니다(위 책, 230쪽).

제가 증언할 수 있는 것은 금연에 실패했을 때는 담배 끊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엔 담배를 끊었다는 생각은 일부러 기억하지 않는 한 떠오르지 않습니다. 요컨대 천국을 누릴 만한 경지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지라는 게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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