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수행과 사회과학

목운 2018. 8. 6. 08:04

요새는 원효대사의 '대승기신론 소와 별기'를 몸에 붙이고 다닙니다. 대사 이후 약 9세기만에 이 땅에서 치열한 삶을 사신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은 전심법요와 원각경 등에서 핵심 구절을 체계적으로 뽑아놓은 소책자입니다. 

제가 모든 종교를 비판하는데 그것은 종교들이 목욕물로 더렵혀져 있기 때문입니다. 더렵혀진 종교지만 그 안에 있는 아이까지 버릴 수는 없고 오히려 아이를 알아보고 거기에서 실천요목을 찾아내는 일은 요긴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가귀감에서도 핵심을 뽑으라면 49편 "참마음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수행이다(守本眞心 第一精進)"과 51편 "예배란 경이요 복이니 참본성을 공경하고 무명을 굴복시키라는 말이다(禮拜者敬也伏也 恭敬眞性 屈伏無明)"입니다.

여기서 참마음 또는 참본성이란 절대성 자리 또는 순수 의식이나 신 의식 등 무엇으로 부르든 궁극의 실재입니다. 우리의 평소 의식, 즉 에고가 이 자리를 공경하는 것 - 이 지점이 모든 종교에 공통하는 요소라고 봅니다. 

사회과학을 전공한 자로서 제가 궁구해보니 대승이나 성리학이 지향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사회과학입니다. 즉 에고를 사(私)로 놓고 궁극의 실재 자리를 공(公)으로 놓으면 그렇게 됩니다.

영성과 수행은 결국 사를 버리는 일이고 공의 자리에서 평천하를 하려는 것이 대승이고 성리학이며 사회과학이란 점에서 같다고 보는 것입니다. 좀 더 들어가는 논의는 다음에 풀어볼까 합니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道)를 상실함  (0) 2018.08.14
사(私)를 벗어난 경지, 치지(致知)  (1) 2018.08.07
불퇴위 수행으로 집단 의식 바꾸기  (0) 2018.07.25
모든 것이 의식이다!  (0) 2018.07.19
뛰어난 노후 대책  (0) 2018.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