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진여문으로 들어가기

목운 2018. 6. 4. 07:11

촛불혁명 덕에 이제 공영방송을 봅니다. 부처님 오신 날 KBS의 '원효 - 돌아보다' 특집을 보고 은정희 님이 번역한 대승기신론 해설('소와 별기'란 결국 해설이죠)을 1회독 했습니다.

책의 3/4이 한 마음의 두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심진여와 심생멸에 대한 설명이고 나머지는 생멸문에서 진여문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한 것입니다. 진여문으로 들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내가 있다거나, 내것이란 것과 바깥에 보이는 것들이 실체라고 하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對治)이라고 읽었습니다.

우선 은정희 님 번역을 옮기고 해설을 붙여볼까 합니다. "사집(邪執)을 대치한다는 것은 일체 사집이 모두 아견(我見)에 의하는 것이니 만약 나를 여의면 곧 사집이 없는 것이다.(책 316쪽)"

아견에는 모든 것을 주관하는 나라는 것이 있다고 보는 '인아집'(또는 아집)과 일체가 자체성이 있다고 보는 '법아집'(또는 법집)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발심해서 수행을 하기 전까지 세상에서 내게 입력되고 그 가운데 의식 무의식에서 내 것으로 택한 것들이 아집과 법집인데 호킨스 텍스트에서는 입지 또는 고정관념(positionality)으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7세기 동아시아 전체는 물론 중앙아시아 지역에까지 전파된 원효의 책에서나 20세기 미국의 수행자 호킨스의 책에서나 깨달음으로 가는 입문에서 공통으로 강조하는 점은 명상을 통해서 나라는 존재를 잊어버리고 외부 현상 모두 소크라테스 가르침대로 환상(그림자)으로 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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