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요령과 요점

공부의 윤곽 (백봉 선생)

목운 2013. 10. 5. 06:43

어떻든지 올바른 방편을 가질 수만 있다면 이런 다행이 없습니다. 우리가 상승설법을 들어서 설혹 이해가 안 간다 할지라도 윤곽만 잡을 수 있으면 다행으로 알아야 합니다. 윤곽만 잡아 놓으면 그때는 팔진미의 밥상을 받아놓은 거나 한가지에요. 언제 되도 되거든요. 언제 먹어도 밥은 내가 다 먹게 마련이라. 그러하니 인연관계도 있고 업연관계도 있고 여러가지 문제로 어렵다 할지라도 하루속히 윤곽을 잡도록 합시다. 윤곽을 잡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허공으로서의 내'라고 생각한다면 그만이에요. 물론 처음에 오는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몸뚱이도 허공성이다. 생각하는 슬기자리도 허공성이다. 산하대지도 허공성이다. 태양도 허공성이다. 하는 말이 그말이거든요. 설법을 죽 들어나간다면 참말로 이거 허공성인 거 알거든요. 몸뚱이도 허공성이다. 밉다 곱다 좋다 나쁘다 생각하는 자리도 허공성이다. 이걸 알거든요. 알아도 실감이 안나.


왜 실감이 안 나느냐? 몸뚱이가 내다 하는 그릇된 생각 때문에 그렇습니다. 몸뚱이가 내 소유물이 아니고 내 관리물이라 해 봐도 누가 가져가는 거 아니고 또 내 소유물이라 해도 죽을 때 되면 죽지 별 수 있나요? 그런데 몸뚱이를 진짜로 알기 때문에 딱 결정이 안 되는 겁니다. 언제나 가짠 줄만 아세요. 몸뚱이가 가짠 줄만 알면 나중에는 가짜 중에서 진짜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때 가야 비로소 공부가 됩니다. 그 전까지는 공부가 잘 안 됩니다. 일초직입해서 여래땅에 들어가는 법도 있지만 초학자로서는 윤곽을 잡을 줄 알아야 합니다. 뭘 외우는 걸 공부로 삼지 마세요. 많이 듣는 거로서 공부를 삼지 마세요. 차분하게 마음이 가라앉아 '내다' 하는 아만상이 없어져. 내가 아닌 걸 내다 하는 거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사실은 속에 똥밖에 안 들었는데 뭐가 있나요?


마음자리 하나 알기 위해서 우리가 공부하고 참선하고 염불하고 하는 겁니다. 다른 거 아무것도 아닙니다. 참말로 어렵느냐? 사실로 어렵다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마음을 잘못 가지기 때문에 어려운 겁니다. 허공을 찾는 사람도 허공을 버리려고 하는 사람도 다 어리석은 거와 같이 이 공부를 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를 안 하는 공부를 하는 겁니다. 아는 지식을 전부 버리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안 하는 공부를 하는 거에요.


인연에 따라 법연에 따라서 낮도 되고 밤도 되는데 내가 전부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거에요. 내가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자리가 얼마나 소중합니까?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분 자신들입니다. 그거 고귀한 자립니다. 그 자리가 나는 걸 받아들이고 죽는 걸 받아들여. 그 자리가 무서운 자립니다. 그 자리가 나는 걸 받아들이고 죽는 걸 받아들여. 났다 죽었다 하는 것은 인생의 권리행사입니다. 나는 것도 나의 권리행사고 죽는 것도 나의 권리행사거든요. 물론 실다운 것이 아니고 환상놀이지만 환상놀이를 함으로써 인간 생활을 엮어가는 것이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부모가 낳았다 그럽니다. 그러나 본래 그 자리를 탁 알아버리면 나고 죽는 것이 전부 권리행사라. 장난에 지나지 못합니다. 그 자리가 바로 진심자리. 진심자리를 알면 그 자리는 그대로 명확하게 드러날 뿐입니다.


공부하는데 돌아가지 맙시다. 바로 직행합시다. 직행한 사람 많습니다. 허공이 어디 있는가요? 도대체 어느 허공인가? 잡으려 해도 없고 피하려 해도 가도 가도 허공이고 가도 가도 허공이니까 도대체 어느 허공인고? 나중에는 이 자리구나! 찾으려 한 것도 전부 헛거로구나! 버리려 한 것도 전부 헛거로구나! 마음 찾으려는 것 헛거 아니에요? 마음 버리려는 거, 탐진치 버리려는 거, 헛거 아니에요? 사량 분별 망상 버리려는 거 전부 헛거 아니에요?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참 이건 인간 절대에 속한 문젭니다. 지구덩어리 다 준다 하더라도 이것부터 먼저 가져야 합니다. 이거는 영원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니까 우리는 이제 직행버스를 타고 가도록 이렇게 노력합시다. 길은 나왔죠? 그 길로만 다니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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