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되기

8장 1 ; 탈출

목운 2014. 11. 1. 07:16

 도서관에서 나와 극장 뒤편을 다시 보니 천정 가운데 검은 구체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빙 둘러쳐진 아이맥스 화면으로 빛을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나는 그 구체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것이 3D 영화의 이미지를 화면에 쏴주고 있었습니다. 그 화면은 우리가 그 일부이기도 한 홀로그램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우리 삶과 현실로 알고 완전히 몰입하는 것입니다.

 사실 프리브럼은 그 검은 구체가 우리의 뇌이고 그것이 창출하는 영화는 전혀 실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양자 물리학에 의하면 우리가 이해하는 바와 같은 "실체"는 없으며, 플라톤의 동굴 벽 그림자뿐 아니라 그 그림자를 생기게 하는 불이나 사람, 나아가 동굴까지도 그렇습니다. 모두가 홀로그램이어서 우리가 보는 바대로 존재했다가 사라지곤 하는 것이며 홀로그램은 정의상 실체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서 다음과 같은 수많은 의문이 생깁니다. 

 ~ 내가 경험하는 홀로그램 영화는 누가 또는 무엇이 창조하는가?

 ~ 내가 보고 내 삶이라고 생각하는 영화가 영화관과 함께 실체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실체인가?

 ~ 영화들은 도대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왜 그 많은 드라마와 분쟁과 아픔과 괴로움을 담고 있는가?

 ~ 그 모든 것이 결국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양자 물리학에 비추어보면 아마 훨씬 더 중요한 다음 질문에 대해 기존의 답들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즉

 ~ 나는 진짜 누구인가?

 ~ 나는 어디서 왔을까?

 ~ 여기로 어떻게 왔을까?

 ~ 내가 여기서 하고 있는 일들은 무엇인지?

 거기 서서 마치 갑자기 그리고 마술처럼 내가 필요한 답을 줄 것처럼 천정에 매달린 검은 구체를 바라보았습니다.


            -----*-----


 나는 곧 62살이 되는데 어느날 아파트에 앉아서 다음 사항을 깨달았습니다...

 ~ 직업도 없었습니다. 꼭 나를 위한 것 같은 두셋의 구인 광고에 지원했지만 아무도 나를 고용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 돈도 없었고 다음달 방세를 어떻게 지불할지 몰랐습니다.

 ~ 친척도 여자친구도 배우자가 되고자 하는 여자도 없었습니다.

 ~ 두번 결혼했었지만 모두 내탓으로 15년 살고 헤어졌습니다.

 ~ 두셋의 친한 친구가 있었지만 아무도 천 마일 이내에 살지 않았습니다.

 ~ 세명의 손자를 포함해 괜찮은 가족이 있었지만 딸과 사위 외에는 좀처럼 만날 수 없었습니다.

 ~ AIDS와 HIV에 관해 두권의 책을 썼지만 아무도 사려 하지 않았고 분명 읽고 싶어하지도 않았습니다.

 ~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상황을 바꿀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기를 "내 삶은 좋아질 가망이 없구나..." 정확히 기억하는데 내 입에서는 욕만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날 아파트에서 삶의 현황을 조사하고 얼마나 막장인지 깨달았을 때 나는 아무런 스트레스도 후회도 슬픔도 외로움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냉담이나 체념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했던 욕은 그저 아무런 감정 없는 습관적인 것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 대신 그 순간은 내 현실에 대한 그 어떤 판단도 저항도 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마치 시간은 정지되어 있고 멀리 떨어져서 나를 바라다 보는 것 같았습니다. 변화에 대한 아무런 욕심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완전히 굴복한 것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아무런 반발심도 없었는데 그것은 "아, 이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야."하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드는 느낌은 아직 집이 있고 먹을 게 충분한 상황에 대한 감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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