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심법요 입문

훈련으로서의 마음 공부

목운 2018. 11. 12. 05:39

'선의 황금시대' 논지의 핵심은 중국 선불교란 결국 외래종교인 불교와 자생종교인 도교가 하나되어 진화 발전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노장 사상은 장자가 시도한 대로 이미 유교와 융합된 것이기도 합니다. 

이고 선생을 사숙하는 저로서는 혜능의 맥을 잇는 두 줄기 가운데 청원 행사와 석두 희천 밑의 약산 유엄에 주목하면서, 다른 줄기인 남악 회양과 마조 도일 밑의 황벽 희운을 거론하고 싶습니다. 약산은 선종이 아니라 율종에 입문했다가 석두 희천과 마조 도일을 모두 모신 분입니다.

관료였던 이고 선생은 약산 유엄의 명성을 듣고 방문하여 깨우침을 얻었으나 당말의 척불 추세에 가담하여 말하자면 자신의 깨우침을 유교 언어로 바꾸어 복성서를 지으신 분입니다. 복성서는 주렴계와 주희에게 전승되어 신유학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황벽 희운은, 역시 관료였으며 이고와 비슷한 역할을 한 배휴가 받아쓴 전심법요와 완릉록에 그 가르침이 남아 있습니다. 황벽 선사는 역시 제가 사숙하는 호킨스 박사가 측정한 의식 지수로 보면 거의 그리스도와 붓다 의식에 이르신 분이라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황벽 선사는 우리 본래 불성과 다를 바 없는 우주적 마음이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위 책, 135쪽). 무념 또는 무심이 된다는 것은 마음의 본성이 주인이 되도록 하여 그 쓰임새일 뿐인 마음에 대한 완전한 달인이 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다시 말하면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낸다'고 할 때 그 마음을 내는 주체의 자리를 알아내고 아는 바를 항상 체험하면서(즉 느끼면서) 마음을 종으로 부리기 위해서 매일 일정한 시간을 내어 훈련하는 것입니다. 

이 주체의 자리를, 쓰임새인 마음과 구분하기 위해 우주적 마음, 주인공, 참나, 혹은 성령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자리에 들어 앉는 일은 초월적 의식의 도움이 꼭 필요한 일(기독교 용어로는 은총)이기 때문에 이고 선생은 에고로 에고를 다스리려 하면 더 큰 에고에 빠진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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