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심법요 입문

혜능의 길과 신수의 길

목운 2018. 11. 8. 18:59

육조 혜능의 스승인 오조 홍인은 "마음의 참모습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제 아무리 불법을 공부해도 소용이 닿지 않느니라. 마음의 참모습을 알고 참된 자신을 찾은 사람은 사람됨을 깨달은 자, 신과 인간을 가르치는 사람, 곧 부처니라"고 하면서 혜능에게 몰래 옷과 밥그릇을 전합니다. (선의 황금시대, 61쪽)"

혜능과 쌍벽을 이룬 제자 신수의 가르침은 계정혜를 닦음으로써 깨달음에 이르기 좋은 중하근기를 이끄는 대승의 길인 반면 즉각적인 깨달음을 말한 혜능의 가르침은 최상승의 근기를 가진 사람의 길이라 하겠습니다. (위 책, 66쪽). 능의 길은 단박에 참된 자신을 찾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죄를 피하고 선을 행하게 되며 형언할 수 없는 자유와 평화를 누립니다. 

반면 신수의 길은 계정혜 또는 육바라밀을 꾸준히 닦아 참된 자신을 가로막는 것들을 제거함으로써 점진적으로 깨달음에 이르는 보통 사람의 길이라 하겠습니다. 이 길에서 주의할 점은 복성서가 지적하듯이 에고 드라이브에 그쳐 실패할 위험이 농후하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혜능의 길에서 육바라밀을 닦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바라밀이라는 말대로 이미 마르지 않는 지혜의 원천에 이르렀기에 저절로 보시, 지계, 인욕이 발휘되는 것입니다. 

장자의 수행법인 마음을 삼감, 완전히 잊음, 꿰뚫어 봄이 지향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혜능의 길은 '불성이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선과 악, 내용과 형태의 경계 너머에 존재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비이원론적(위 책, 64쪽)'인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십우도에 잘 묘사되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반드시 초자연적 도움을 받아 자발적 명상이 수동적 명상으로 바뀌는 순간이 마치 벽을 만나는 순간처럼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위 책, 39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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