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심법요 입문

혜능의 근본 통찰 (1)

목운 2018. 11. 10. 07:42

혜능에게는 5대 제자가 있었는데 남악 회양, 청원 행사, 남양 혜충, 영가 현각, 하택 신회가 그들입니다. 이 가운데 회양과 행사 휘하에서 약 200년에 걸쳐 가르침이 계승되어 선문오종이 생겨났습니다. 선문오종이라 함은 운문종, 법안종, 조동종, 위앙종, 임제종인데 모두 혜능의 근본통찰의 변주라고 봐야 합니다.

혜능의 근본통찰이라 하면 먼저 외부 현상이란 모두 우리 본성 또는 진면목이 되비친 모습이나 메아리일 뿐이므로 본성을 바라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 혜능은 경전에 의존하지 않고 문답을 통해 산모를 도와주는 산파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합니다. 이 점은 동굴의 우화를 설하고 대화를 통해 그리스 사람들을 깨우치려 했던 소크라테스와 매우 흡사하게 여겨집니다.

혜능은 비전(秘傳)을 묻는 중에게 "당신에게 전해진 것은 원래부터 아무런 비밀이 아니었소. 당신의 내면을 환하게 비춘다면 거기에 당신이 찾는 비전의 가르침이 있을 것이오."라고 답하였습니다. 아무리 깨달음 경지가 높은 선사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바라본 바를 불어넣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가섭에게 염화시중의 미소로 가르침을 전한 붓다의 교외별전(敎外別傳) 전통인 것입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아무리 지식을 많이 모으더라도 근본 통찰을 얻지 못하면 자만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과 모든 외적 현상이 인간 의식의 결과물이라는 인식을 굳게 가지고 쉬지 않고 끈기 있게 닦는 것만이 취할 바라는 것입니다. (선의 황금시대, 68~82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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