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종심소욕불유구

목운 2018. 10. 23. 10:09

공자님이 수행의 완성 단계를 말씀하시길,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된다는 '종심소욕불유구'라 하셨는데 오늘 우징숑(吳經雄) 님의 내심낙원에서 같은 취지의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천주교만이 유일한 진리의 거소라고 보는 점에서 구시대적이지만 취할 바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20대에 심취하기도 했었는데 힘도 확신도 의지도 모자라 그저 바라만 보았던 책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바이블의 중문 번역이 좋아서 복습하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옮겨보겠습니다. 시편 첫머리입니다. "그는 시냇가에 심겨 제때에 열매를 내며 잎이 시들지 않는 나무와 같아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他像植在溪畔的樹, 準時結果, 枝葉不枯, 所作所爲, 隨心所欲). (시편 1,3)" "어떻게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는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언제나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그가 하는 행위는 실제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며 그가 기도드리는 것은 실제로 그 안에 계신 성령께서 기도하시는 것이 된다. (내심낙원, 306~307쪽)"

저는 이 대목에서 도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일이 없는 경지가 떠오릅니다. 바라밀을 열심히 닦아 자신을 완전히 비워낸 사람에게 하는 일이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밀어붙이는 힘의 원천이었던 에고가 사라져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고가 사라지면 그때 비로소 신 의식이 들어서서 신 의식이 바라는 일만 하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는 바가 없게 될 것입니다. 어느 영성에 의탁하든 간에 제대로 수행을 한 사람이라면 위에서 말하는 바의 똑같은 경지에 이를 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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