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조하르와 보살 사상

목운 2018. 9. 16. 08:25
유태인 전승으로서 비전적 교훈, 명상법 등 신비적 가르침의 총체를 카발라라고 하며 그 주요 텍스트가 조하르입니다. 조하르는 모세 오경의 주석 형태를 취하는데 성서 짜깁기, 미드라쉬(유태의 훈고학이라 할 수 있음), 중세 설교와 기타 픽션 및 판타지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핵심 주제는 인간과 신적 실체의 상호작용입니다.

조하르에 입문하면서 인상 깊은 두어 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첫째는 조하르 중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열 가지 세피롯이란 무한자의 속성 내지 발현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기독교의 삼위일체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요컨대 삼위일체는 신의 세 위(位, persona)가 하나라고 하는 반면 조하르는 십위(十位)가 하나라고 봅니다. 조하르는 이러한 십위가 결국 의식 지도이며 존재의 차원으로 보고 있습니다(Paulist Press 판 Zohar, 1983, 37쪽).

둘째는 위 십위 가운데 최종 단계인 케테르란 '생각이 소멸한 상태'로서 인간 의식이 확장하여 무한자 속으로 사라진다고 보아 선불교에서 말이 끊어지고 마음이 없어지는(言語道斷 心行處滅) 단계에 대한 묘사와 같다는 점입니다. 오늘까지 읽고 파악한 바에 따르면 결국 조하르도 동아시아의 천인합일 또는 서양 신비주의의 신인합일과 같은 목적을 가지는 가르침입니다.

마지막으로 조하르의 핵심 사상은 대승 불교의 생각과 일치합니다. 대표적으로 모세가 징벌 대상자를 모두 용서하지 않으면 자기도 구원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승 보살 사상과 같은 것입니다. 그밖에 공부하면서 발견하는 재미있는 내용을 이곳에서 수시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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