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꿈 얘기와 관음 설화

목운 2018. 11. 29. 04:10

지난 밤 꿈에서 전 직장에 있었는데 사무실 두어 곳이 먼지가 풀석이고 폐기 기간 지난 서류가 가득한 모습과 치워지지 않은 오물이 덕지덕지한 화장실을 봤습니다. 누군가에게 우리 이거 다 태워버립시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에 몇 번 소개했지만 관음경 설화를 보면 경전을 읽는 동기는 누구에게나 같다고 생각됩니다. 예쁜 처녀와 결혼하기 위해 관음경 읽기에 도전하는 20명의 청년은 삶에서 치유와 문제해결을 바라서 절이나 교회에 가는 우리 모습입니다.

하지만 설화가 제시하는 답은 경전의 가르침을 체험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처녀와 결혼을 허락받은 청년에게는 빈 풍경만이 제시됩니다. 가르침을 체험한 자가 결혼하러 가는 설정이 모순되긴 하지만 결론은 그렇습니다. 아마 호기심 가득한 독자를 위한 설정이지 싶습니다.

동아시아 영성에서 마치 소크라테스처럼 압도적 영향력이 있는 혜능에 관한 이야기에서 유추하면 경전의 가르침에서 우리가 체험해야 할 일, 즉 실천할 일은 금강경의 '아무것에도 마음을 붙이지 말고 마음을 내는' 데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것이 허공 또는 공(空)의 체험이 아닌가 합니다. 

혼자 대충 지난 꿈을 해석컨대 내 속에 비워내야 할 것들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이 글을 쓰면서 어렴풋이 그러하게 느껴집니다. 이승을 떠날 때까지 비워내고 청소해낼 일이 가득합니다. 그렇게 해서 하루 속히 '세상에 있지만 세상 것이 아닌' 삶을 살아야 하겠다고 결심하고 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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