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5

행복, 고통, 천국

수시로 잠에서 깨기에 그때마다 들을 만한 유튜브 영상을 듣다가 잠이 듭니다. 새벽 5시가 못 되어 금강경 말씀 가운데 에고가 없이 행하라는 무주상보시에 대한 말씀이 들렸습니다. 행복의 비결로 오유지족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강사에 대해 찾아보니 정치학과를 나와 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신 김주환 님이었습니다. 어쨌든 무주상보시를 하는 사람은 오유지족을 하는 사람이고 다른 표현으로는 이미 가진 것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길래 저는 바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님의 정신이기도 한 '아무 것도 필요로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끌어들인다'는 가르침이 떠올랐습니다. 나아가 에크하르트 님은 에고가 없어지면 신만이 남아 그 어떤 고통도 내것이 아니라 신의 것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덧붙이면 오유지족(吾唯知足)이란 석..

단상 2023.09.22

만병통치약 같은 처방, 멸정복성

장면 1 : 친목회 가기 전 내가 샤워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아내 때문에 부화가 나 언쟁. 그 가운데서 전과 다르게 대처한 듯한 이유는 내 항변만 하고 상대를 덜 공격하거나 전혀 공격하지 않은 것. 결국 모임에는 늦지 않게 참석함. 장면 2 : 영선반에서 다른 동료들과 자주 불화하는 친구에게 명상 권유. 사람들 속에서 평안을 누리지 못하면 산에서 혼자 살아도 평안하지 못할 것이라며 설득하려 했음. 장면 3 : 슈베르트의 연탄곡 해설을 듣던 중 자기 몫을 완전히 암기했을 때 상대편 소리가 들리더라는 말이 인상 깊음. 그리고 연탄곡 연주자 가운데 어떤 부부는 최고의 기량과 성공을 보이던 때 동반 자살했다는 말을 잊을 수 없음. 종합컨대 매일의 연습을 통해 신 의식과 합치하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면 일상 속..

단상 2023.09.13

한류와 풍류

한류의 근원을 찾아들어가다 보니 결국 풍류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다음 동영상을 보고 도올과 탄허스님, 그리고 동학, 많이 거슬러 올라가 최치원 선생에 이르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동영상 올리기 전에 탄허록에서 인용합니다. "천부경이 단제(스님은 단군은 낮춰부르는 말이니 단제라고 써야 한다고 하심) 때 만들어진 것이라면 우리 민족의 위대한 사상이 중국으로 전해져서 중화사상으로 꽃피워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이 사상에 의해 세계는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탄허록 59-60쪽)" 또 도덕경 또한 우리 것으로 볼 이유를 아래 동영상과 탄허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일설에 의하면 노자의 도덕경이 단제에게 전해내려온 비책을 체계화해서 저술한 것이라 하는데 이 또한 상..

단상 2023.08.27

우리 국민성의 DNA

백만년만에 소설(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고 한두 달 파칭코, BTS, 블랙핑크 등 한류에 빠져 지냈습니다. 김구 선생이 자신 있게 그리고 일념으로 소망한 문화강국의 근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항구할지 궁구해 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봤습니다. 결론은 그것이 우리나라 국민성에 깊이 새겨진 DNA와 같아서 식민지와 분단, 군사독재와 부패하고 저열한 지도자를 겪었지만 사라지지 않는 강고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 대한민국의 연성 권력(soft power) ; 국방력이나 경제력에서 나오지 않고 오히려 그 근원이 되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 → 김구 선생이 선언한 문화적 매력과 신뢰 = 홍익인간의 개국 정신 ; 훈민정음과 민주정으로 구현됨 → 자유와 평등, 민의의 통치 ..

단상 2023.08.24

헐렁한 옷

삶에서 의미란 소유물이나 그밖의 타자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 타자들에 있다고 간주한, 또는 거기에 부여한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성현들은 세상을 헐렁한 가운처럼 걸치고 살아라고 합니다. 즉 참으로 의미있는 노력과 삶은, 존재의 근원 자리에 들어앉아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선택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 데 있다고 굳게 믿고 결단하는 게 공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면 모든 필요가 적당한 때 다 채워지고 미래에 걱정할 만한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스승들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존재의 근원과 만나 하나가 되기 위해서 매일 훈련하는 방법은 첫째 우리가 나온 근본 자리를 매일 바라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저는 명상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둘..

단상 2023.08.04

한류의 지속성

뒤늦게 한류 관련 프로그램을 주의 깊게 보았습니다. 케이팝이 대표하는 한류 현상이 지구촌을 광범위하게 또 심도 있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그저 머리만 좋아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저는 아내에게 '우리만의 한을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무력하고 무능해서 식민지배를 당한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는 강력한 욕구가 깊이 새겨져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무능한 왕가와 세도정치로 약화된 틈을 제국들이 비집고 들어왔으며 세계 패권국들이 헤게모니 쟁탈전을 하는 데 휩쓸려 잠시 마치 무능하고 무력했던 것으로 비추어졌을 뿐입니다. 파칭코를 지은 이민진 님이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늘날 한류의 특징은 장르와 민족 및 국가를 넘나들며 포용하고 융합하면서도 우리 전통의 핵심 정신..

단상 2023.07.21

접신과 견성

오늘 직장 동료이면서 제 책을 진지하게 읽어보신 분이 묻기를 접신을 체험했냐고 합니다. 우리는 우선 용어에서부터 고정관념 때문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알고 보니 오랫동안 개신교 생활을 한 동료는 예수를 만났는지 하는 질문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견성이든 접신이든 존재의 근원과 소통하는지 하는 질문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신비주의 또는 종교, 심지어 철학도 실존적으로 같은 열망을 가진다고 봅니다. 그 열망이 다름 아닌 존재의 근원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며 그 경지를 신을 만남(接神) 또는 참 본성을 봄(见性)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중(中)이란 바로 존재의 근원(천하지대본)이라고 말하는 중용은 거기에 이르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존재의 근원과 만나는 일이 바로 깨달음이기도 하며 동시에 ..

단상 2023.07.08

영어, 예체능, 그리고 수행

수십 년 영어교사를 하신 분이 유튜브에서 영어는 예체능이다라고 하는 걸 봤는데 참 핵심을 찌르는 말 아닙니까? 원어민과 가장 비슷하게 말하고 들을 때까지 많이 연습하는 것이 비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같은 것을 계속 연습할 때는 그 속에 담겨 있는 정신까지 닮으려는 노력을 병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고의 양궁 궁사나 피아니스트를 보면 부동심과 겸손은 기본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간에 중요한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조속히 초보 상태를 벗어나서 즐기는 상태가 되어야 하며 그저 인내하며 오래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때가 도약하기 직전의 상태라는 것입니다. 마치 수행자가 영혼의 어두운 밤을 지날 때 깨달음을 얻는 것과 같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마이..

단상 2023.07.07

이생망

이생망이란 이번 생은 망했다는 자조적 유머인 줄 압니다. 그런데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는 의식은 그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선 우리가 여러 번 환생하는 불멸의 존재라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삶이 단판 승부이며 한 번의 삶으로 영원한 운명이 결정된다는 교리는 우리 심성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몸의 삶을 제3의 안목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이번 삶이 망했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삶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반전 내지 회두의 삶을 살고 있기에 여유롭게 자신을 농거리로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생이 망했는지 알면서 반전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자연스러운 인간 심성이 아닙니다. 제 아이들한테 이생망이란 말을 해놓고..

단상 2023.07.02

자연사

오늘부터 그냥 직관이나 영감에서 떠오르는, 하지만 매우 강렬하고 지속적인 생각을 짧게 짧게 적어볼까 합니다. 얼마전 늙어가기(ageing)와 임종하기에 대해 어떤 의사가 자신의 부친을 예로 들며 하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요즘 그 내용을 제 삶에 적용하고자 마음을 쓰고 있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요컨대 몸살이는 '자연사의 과정'으로 알고 완전히 수용하면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엄연히 존재하는 불멸하는 삶에 대한 욕망은 무엇인지요?

단상 202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