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5

드높아지는 일

모두에게 새겨져 있는 소망은 높아지는 것이지 싶습니다. 그것을 외적 신분의 높낮이, 즉 태생에서 찾으려던 것이 수천 년 역사라면 관직의 높낮이에서 찾던 것도 수천 년 역사입니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선 자본의 축적정도가 그것을 대신합니다. 한편 외적인 것을 부차적인 것으로 치고 내적으로 지고지선을 성취하려는 흔적이 맹자의 천작, 즉 하늘의 벼슬론입니다. 그것은 밖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를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몸을 벗은 의식계에서는 모든 것이 드러날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진정한 존재 상태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영원의 안목이라든가 신적 관점이라든가 하는 게 모두 거기에 대한 답이라 생각합니다. 바로 이 근본문제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 일시적 높낮이에 휘둘리..

단상 2022.07.24

삶의 근본적 혁신

며칠 전 아내와 인천대교를 건너는데 최근 투신한 20대 얘기를 해 줍니다. 저는 마음으로 명복을 빌고 신은 조건 없는 사랑이니 다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말했습니다. 더불어서 다음 요가난다 말씀을 묵상했으면 해서 가져옵니다. "당신이 불완전성에서 벗어나고자 죽음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은 뒤에도 당신은 전과 다름이 없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저 몸만 벗었을 뿐이다... 그저 죽음으로써 천사가 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무엇이 되었든 이 다음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환생한다 하여도 똑같은 상태로 날 것이다. 이것을 바꾸려면 노력해야 한다. 세상은 그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 위 말씀을 접하고 삶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하겠다는 결의를 합니다. 그 이유는 세상에서 성공하고 세상의 복락을 누리는..

단상 2022.07.21

신성의 두 측면

누구나 신성을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의 가장 큰 특성이 전지전능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신이란 말에는 인간과 다른, 아니면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가진다는 뜻이 있습니다. 과학도 종교도 모두 이 일에 존재 이유를 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능력으로 뜻하는 바를 모두 이루고 어떤 고통도 받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어 있다는 말입니다. 현대에 들어 신의 또 다른 측면이 강조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저만의 일일까요? 신의 다른 측면은 무조건적 사랑입니다. 그것을 그리스도는 원수 사랑으로 표현했고 불가에는 지옥에 있는 사람도 구한다는 보살사상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무시하고 전지전능함만 추구하는 종교나 과학은 역사적으로 볼 때 모두 오답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간단한 예로는 권력자..

단상 2022.07.18

자유인과 성인

동서양이 모두 추구한 거룩한 경지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착하고 흠없이 완벽한 사람, 또는 신께서 총애할 만큼 훌륭한 사람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으나 오늘 떠오른 직감은 의식이 높아져서 사언행위가 인(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지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전통에서는 안회가 딱 거기에 맞는 사람입니다. 에고에서 나오는 모든 성향을 제거하고 나면 세상 무엇에도 매이지 않는 자재한 사람이 될 것이며 모든 존재를 살리고 키우는 마음, 즉 천지생물지심만을 드러내면서 산다고 본 것이 사서삼경의 가르침입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세간을 벗어난 자유인이 될 것이며 마음대로 하여도 걸림이 없게 된다는 것이 붓다의 정신이며 공자님 정신입니다. 그러한 정신과 추호도 다름이 없는 정신이 그리스도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단상 2022.07.10

목욕물 비유와 추상적 계승

모레 책거리를 합니다. 어제 출판사 대표님은 출판기념회라고 하시더군요. 정확한 이름짓기입니다만 저는 전통과 접목하려고 책거리라는 말을 썼습니다. 과거 서당에서 책 한 권을 떼거나 필사한 후 자축 겸 스승께 감사하는 뜻으로 책거리를 했다는 게 통설입니다. 어쨌든 오시는 분들께 요점정리를 해드리는 게 마땅할 것 같아서 십여일 전부터 이런저런 생각이 오갑니다. 무엇보다도 이 블로그 정신을 그대로 엮은 것이 이 졸저이고 드릴 말씀도 같습니다. 제가 염두에 둔 공부 정신 가운데 하나는 마치 두 언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사례입니다. 즉 이승에서 존재상태를 최고까지 드높이기 위하여 신유학과 기독교 가르침을 자유자재로 활용해보려는 것입니다. 그렇게 노력해서 마치 동시통역자처럼 되면 좋겠다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

단상 2022.06.08

일상이 도량

저보다 두어살 많은 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요컨대 오랫동안 수행공부를 했고 지금은 그리스도의 편지 방법대로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경제적으로 더 어렵게 된 처지를 얘기하셨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어려움에 직면하면 주변에 손쉬운 도움에 의지하다 사기를 당한다든지 해서 더 어려워지신 것 같습니다. 마치 제가 빠졌던 구렁텅이를 다시 보는 것 같아서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나온 길이니까 쉽사리 제 체험을 말씀드렸습니다. 결론적으로 몇가지 소감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수행공부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 경우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잘 나갈 때는 영성 서적을 읽어도 '그래 맞아 감동이야, 어디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조금 맛을 들이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단상 2022.05.29

초대합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쓴 책을 나누고자 초대합니다. 제목은 ‘깨달음과 멸정복성’으로 했으며 직장 퇴직 후 겪은 일과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수행 방법을 논한 것입니다. 동호인이라 할 수 있는 분 약 150명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분 약 50명을 초대했는데 다음과 같이 참여요령을 공유합니다. 모임시간은 6월 10일 17:00~19:00시, 장소는 서울시청에서 500미터 떨어진 성공회 빌딩 2층 상연재입니다. 모임의 기본 전제는 동호인 모임입니다. 따라서 모임을 후원하는 제 후배 1인 이외에 어떤 분에게서도 후원을 받지 않습니다. 책값 때문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은 아래 무료 급식소에 후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책만 가져가실 분은 아무 시간에나 오셔서 가져가시면 됩니다. 약간 시간을 내실 수 있는 분은 1시간..

단상 2022.05.28

참된 종교와 존재의 근원

유불선에나 기독교에나 가장 깊은 영성 또는 정신이 새겨져 있습니다. 공부가 미진한 자들이 외견상 두드러지고자 또는 바깥 삶만 중시해서 삿된 길로 가면서 가르침을 기득권 유지의 도구로 썼기에 깊은 영성과 정신까지 경멸을 받는 일이 생깁니다. 유교의 가장 큰 오류 가운데 하나가 천하지대본을 중(中)이 아니라 농(農)이라고 외친 것입니다. 외쳤다는 표현의 속내는 누군가가 지배층에서 세뇌를 위해 강조하고 전파함으로써 이데올로기로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중용의 중을 지키라는(守其中) 가르침 전후 말씀을 제대로 읽은 자는 그런 짓을 할 수 없습니다. 하나 더 거론한다면 우리가 나온 자리를 순전히 생물학적으로만 보아서 효를 마치 제1계명처럼 만들어버린 점입니다. 인간에 대한 보편적 사랑을 실천토록 하기 위해 효를 ..

단상 2022.05.25

무집착과 애덕의 실천

어제는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동창들과 그때 담임선생님을 모시고 식사했습니다. 모임에서 지지정파가 다른 사람에 대해 예전보다는 약해졌지만 짜증과 불편감을 살짝살짝 느꼈습니다. 오늘 산행중 떠오른 생각에 따르면 내 생각이 더 낫다거나 내가 더 옳다는 느낌은 독선과 집착의 징표라는 것입니다. 유태인의 선민의식이나 교황의 무류권 주장 모두 독선이나 아집의 소치라고 보는 게 마땅한 것인데 이러한 생각은 일상생활 어디든지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누구도 진리를 오로지 차지할 수 없으며 대개의 사람은 맥락 전체와 구체적 내용 모두를 완전히 알지 못한 채 이런저런 주장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항상 내가 모를 수 있다거나 과오에 빠질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게 체화되어야 한다고 반성했습니다. 매일 열심히..

단상 2022.05.22

명상과 윤집궐중

이미 알려드린 책 견본을 어제 받았습니다. 대략 2주 후에 인쇄와 배포 및 판매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고 6월 10일 간단한 모임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시간과 장소는 또 알리겠습니다. 책 내용은 동서 신비주의가 공통으로 실천한 공부를 제 나름으로 소화해 정리한 것입니다. 특히 그리스도의 편지 내용과 신유학의 정신에 방점을 두고 썼습니다. 그 정신이라 하면 아주 간단한 것입니다. 즉 언제나 마음을 고요히 하고 실생활에서 그 고요한 경지를 유지하자는 것입니다. 그 실천을 한 결과가 책 발간 과정에서 다음 마하리지 님 말씀대로 되었다고 증언하려고 오늘 글을 올립니다. 번역과 원문 모두 올립니다. "그저 고요하려고 노력하면, 일이든, 일을 할 역량이든, 적당한 동력이든 모든 게 채워질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사..

단상 2022.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