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요령과 요점 144

유불선과 그리스도의 계명

탄허스님은 경전에 초등생용, 대학원생용 말씀이 섞여 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논어에서도 이인편의 인의 실천과 마지막의 윤집궐중이 대학원생용인 것 같습니다. 인의 실천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게 밥먹을 시간, 또는 황급하거나 넘어지는 순간에도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고 그게 가능하려면 윤집궐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사를 처리하면서 그게 가능하겠냐 해서 돌아가려는 길이 사추덕의 실천이니 십계명의 준수니 하는 것인데 이고 선생은 그런 건 다 에고로 에고를 어떻게 해보려는 것이니 생각 끊기를 통해서 인의 자리에 들어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4서3경과 유교의 성인을 거론하여 논했습니다. 복성서가 그 논문인데 염계와 주희를 거쳐 신유학이 되었지만 사실상 불교나 도교 수행과 다름 없습니다. 그..

신유학의 현대화

중국 현대 사상가로는 리쩌허우를 인상깊게 읽었지만 실천적으로 아쉬움이 있던바 뚜웨이밍을 알고보니 제 관심사와 거의 일치하는 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뚜웨이밍과 관심사가 상당부분 겹치는 우리나라 학자로는 김용민 님이 있습니다. 두분 인터뷰에서 두 개를 가져왔습니다. 제가 하나 덧붙이는 사항은 한국만이 체험했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니 요컨대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시민의 정치가 될 때 제대로 작동할 것이며 이들이 바로 주권자, 더 나가면 제왕이기 때문에 모든 시민이 내성외왕의 제왕학인 신유학에 통달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1. 『논어』라는 텍스트가 어떻게 생기고 전승되었는가를 연구하는 것만 진정한 학문이고, 『논어』로부터 삶의 철학을 배우는 것은 진정한 학문이 아니라고 한다면 불행한 일일 것이다. 나는 실..

공부와 고통

얼마 전에 에크하르트의 '신적 위로의 책'을 소개했는데 거기에서 그분은 고통의 의미를 서른 몇 가지로 논하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 자체로 좋아하는 것은 병이지만 향상의 기회로 삼아 온 것은 고금동서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아래 두 글에서도 고난과 고통을 겪는다 하면 의식이 한 단계 상승하는 것 또는 깨달음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댓구로 글을 쓰는 동양적 전통 때문에 번뇌와 난관도 거론되고 있는데 번뇌의 체험은 업의 부채 상환, 난관의 체험은 정진의 계기로 본다는 점에서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요컨대 고통과 난관의 가치는 깨달음과 정진에 기여하는 데서 나옵니다. 다른 말로 보살도가 지향하는 의식의 끝없는 향상에 기여할 때 그것들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면 의식은 어디까지 향상해야 할까요? 인간..

수행의 요결(要訣)

어제는 고교 동기들과 카톡을 하다가 한 친구에게 "자네가 민주당 지지한다고 핑크당 지지하는 동기들이 왕따를 시키면 친구라고 할 수 없지"라는 말을 해놓고 금방 역지사지를 하였습니다. 즉 직장 동기 하나가 우리 정부 정책을 마구 비난하기에 마음으로부터 멀리 하던 상태였거든요. 반성하는 마음에 바로 전화해서 제법 친구다운 감정을 넣어 회 살테니 한번 놀러오라고 했습니다. 직장 동료로서 유일하게 연락하며 지내던 친구였거든요. 또 저녁엔 현재 모든 상태는 신적 완전성의 표현이며 내가 체험하는 모든 것은 100% 내 책임이라는 가르침을 묵상하다가 제 아이들 관련해서 저의 몇가지 중대한 과오에 대해 부모 탓하고 교회 탓하던 게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반성하고 100% 제 책임을 인정하고 호포노포노 기도를 열심히 ..

엎어지고 자빠지는 순간(造次顚沛)

오늘도 이은선 선생 지은 '논어 읽기'에 대해 써야 하겠습니다. 책 43쪽에 보면 논어에 인(仁)에 관해 신기하게도 108번 거론된다고 합니다. 앞에서 썼듯이 '애'가 인간 사이의 사랑이라 하면 '인'은 신적 사랑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거기에 이르기 위해 서경은 온갖 힘을 하나로 모아(惟精惟一) 참나에 몰입하라(允執厥中)고 했으니 그 방편이 정좌라고 하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그렇게 해서 초월적 도움으로 에고를 제거할 때 천리에 이르고 신적 사랑의 화신이 된다는 것이 극기복례의 뜻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신적 사랑, 즉 '인'에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이인(里仁) 편에 있으니 '밥 먹는 때나 발이 걸려 넘어지는 찰나에도' 그러해야 한다고 하니 소위 천인합일에 이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는 게 ..

정좌와 성(誠)

현재 시사적 논쟁거리에 대해 '모른다', '판단하지 말자'를 견지하며 삼, 사일을 잘 보냈는데 곳곳에서 논쟁이 길어지다보니 결국 딸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 입장이라야 주지하시듯 진영의 이익과 법적 차원에 치우쳐 있기에 딸을 좀더 깊이 이해하지 못해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분명 정치사회적 거시 맥락을 도외시할 수 없긴 하지만 결국 모두가 인간 내면의 문제라 봅니다. 즉 제 자신 과거를 돌아보고 뉘우칠 부분은 뉘우치고 최근 집중해온 대학-중용의 실천을 더 철저히 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게 제가 할 일입니다. 물질 문명에 얹혀 들어온 기독교에 밀려 신유학을 내팽개친 결과 오늘날 모세의 노선보다 아론의 노선대로 판을 벌여놓은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한편 대학이 얘기하는 수신에 대해 '다 안..

규칙적인 명상의 필요성

제가 복무한 은행권을 비롯해서 많은 회사에서 승진할 자리가 없을 때 활용하는 게 장기 교육입니다. 장기 교육 발령이 나서 많은 전직 지점장들과 교육을 받은 적 있습니다. 그때 모 은행 감사였던 한 강사로부터 '가야산으로의 7일간의 초대'란 책 내용을 소개받았습니다. 솔깃해서 찾아나선 시스템이 마음수련원이었고 퇴근후 집에서 왕래하며 내용을 전수받은 적 있습니다. 몇 달 하다 흐지부지되었고 온라인에서 그와 비슷한 시스템을 만나 아내와 함께 한 주간 교육받은 적 있습니다. 두 시스템의 공통점은 가상적으로 몸을 지워냄으로써 초월 체험 또는 깨달음을 얻자는 것입니다. 4대 종교의 영성에도 공통된다고 보는데 서구 현대 영성가들의 서적을 접해보니 요컨대 몸과 마음, 즉 에고라 할 수 있는 것과 동일시를 끊어낼 때 텅..

메시아론과 수행공부

제 공부 얘기하는 게 재미있어서 풀어 놓으면 간혹 어제처럼 관심을 가지는 분이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메시아론을 거론코자 합니다. 메시아 또는 미륵불의 변형은 넓게 퍼져 있어서 김일성 수령에서부터 미국의 인민사원과 아프리카 일부 독재자에 이르기까지 고금동서를 가리지 않고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통스런 현실 타개를 위해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고 메시아의 뜻대로 살면 지복 또는 천국이 실현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제가 파악한 천인합일의 공부도 이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즉 좌선을 통해 나라는 것(에고 또는 정[情], 심생멸)을 지워내면 불이(不二)의 경지에 도달해서 신 의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의 뜻대로 살게 되는데 그때 비로소 지복 내지 천국의 맛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이..

내성외왕(內聖外王)을 위한 실천

그러면 앞의 글에서 말하는 내성외왕의 구체적 실천 방법은 무엇일까요? 제가 이해하고 실천하는 내용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유학에서 내성외왕을 말하는 뜻은 천인합일의 취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천인합일을 서양 영성의 신인합일과 같다고 보아서 신비주의 삼단계, 즉 거비정화(去非淨化), 진덕명화(進德明化), 신인합일(神人合一)의 단계를 염두에 두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탈종교, 특히 제 경우 기독교의 포기 내지 단절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 기독교는 일상생활에서 기쁨을 주지 못할 뿐더러 의식 상승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중개 없이 예수를 스승으로 생각하며 가르침의 진수를 따르고자 합니다. 그 길에서 마태복음 16:24절에 잘 표현되어 있듯이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

초탈과 내성외왕

고교와 대학이 같은 12명이 친목회를 한 지 7~8년 되는 것 같습니다. 제일 윗기수는 우리 나이로 막 70세입니다. 엊그제 한 선배가 '땀흘리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무한불성)'는 휘호를 올렸길래 '인생 말년에 땀흘려 이룰 일이 뭘까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소위 '좋은 글'이라고 해서 여러 조문으로 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통속적 처방을 믿지 않는 편입니다. '하라' '하지 말라'들은 나무에 집중해서 숲을 잃어버리게 하며 바리새들의 규칙처럼 사람들을 얽어매는 갈고리일 뿐 아니라 성취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기 십상입니다. 휘호를 올린 선배가, 각자 나름대로 찾아야 하겠지만 자신은 '무위'라 생각한다고 하여 동의한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우리가 동아시아인으로서 유불선의 가르침이 뼈속 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