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란 신이 인간에게 존재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즉 "신이 부여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곧 비존재가 존재로 변모한다는 말은 아니다. 자명하게도 창조란 피조물을, "홀로 온전히 존재하는" 신의 지위로 올려주지 않는다. 존재와 무 간의 차이, 즉 신과 존재 간의 차이가 유지되려면 인간 안에 무의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이것을 일컬어 "영혼 안의 불꽃", "작은 성", "특성을 벗어나 있는", "창조될 수 없는", "단순한 것"이라 한다. 피조물의 기원을 의미하는 이러한 무의 개념은, 피조물이 존재하기 시작하는 순간적인 시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언제나" 함께하는, 그 존재에 관한 하나의 원칙이다. 인간됨에 관한 이런 원칙으로서 영혼의 이러한 "부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