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사(私)를 벗어난 경지, 치지(致知)

목운 2018. 8. 7. 04:55

이고 선생은 대학의 지극한 앎(致知)을 깨달음의 경지로 보고 그 바탕에서 수신제가와 평천하를 실천할 때 비로소 대승이 성취된다고 본 것입니다.

치지가 왜 깨달음인가 하는 것은 복성서에 기술되어 있습니다. 일이 닥칠 때 그 마음이 초탈하고 완전히 객관적이 되어 일에 사로잡히지 않는 경지(物至之時, 其心昭昭然明辨焉, 而不應於物者, 是致知也, 복성서 중편 2절-3)가 지극한 앎이어서 제가 볼 때 이때야말로 에고를 벗어난 것이며 가장 공(公)적인 상태가 됩니다.

이때는 전혀 숨김이 없어 완전히 투명하며 에고의 집착이 없기 때문에 그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게 됩니다. 이고와 주렴계는 이때 유교의 가장 큰 이상 가운데 하나인 성(誠)이 구현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이해하고 실천한 성리학자만이 진정한 성리학자라고 보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그렇지만 성인이 되려는 근본 결단과 명상을 통해 신인합일의 경지에 도달할 정도의 내면의 성취 없이 그저 암기만으로 고시에 붙고 경전 또는 법전을 사욕 채우는 데 쓰는 관료가 조선에도 많았으리라는 것은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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